* 한 시대의 마무리 - 혼혈 영웅의 성공

[그레이트 마징가]의 상업적 성공은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완구 회사인 포피는 그 성공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마징가 Z]에서 보여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성공을 거둔 [그레이트 마징가]였지만, 정작 그 자체로는 후속 상품에 남겨줄 수 있는 별다른 노하우를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토에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뒀던 완구 부문과는 달리, [그레이트 마징가] 애니메이션 본편의 평가는 아무래도 [마징가 Z]에 미치지 못했고, 이에 대한 우려가 다방면에서 전달되고 있었다. 당시 토에이는 역시 다이나믹 프로가 참가한 [겟타로보] 시리즈를 방영하고 있었는데, 이 [겟타로보]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마징가] 시리즈에 비해 토에이의 의향이 많이 반영된 작품이었다.

다이나믹 프로 소속 이시가와 켄의 만화판과는 별개의 노선을 취하면서도 일정한 성공을 거둔 애니메이션 [겟타로보]를 통해, 토에이는 다이나믹 프로에 대한 의존도를 점점 낮추는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이는 당시 토에이 특촬에 있어서 이시노모리 쇼타로에 대한 의존도를 점점 낮추는 정책과도 연동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첫 작품이 다이나믹 프로가 참가하긴 했지만 토에이가 주도적으로 제작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우주원반 대전쟁]이었다.

[우주원반 대전쟁]의 원안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로는 당시 타츠노코 프로에서 [과학닌자대 갓챠맨(독수리 오형제)] 등 수준 높은 SF 작품을 제작하고 있던 토리우미 진조가 이름을 숨기고 참가했다는 것이 있다. 이 설의 진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다이나믹 프로 주도의 기획이 아니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나믹 프로가 참가한 것은, 다이나믹 프로의 도움 없이 토에이의 역량만으로 장편 거대로봇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은 아직 시기 상조였기 때문이다. 그 가장 큰 문제는 매력적인 주역 로봇 디자인은 물론, 개성적인 디자인과 독특한 능력을 가진 악역 로봇을 공급할 수 있는 역량에 있어서 다이나믹 프로만한 창작집단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 크다.

일찍이 나가이 고가 [데빌맨]에서 선보인, 온갖 기괴한 모티브가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융합된 '데몬 족'의 디자인을 기원으로 하는 기계수, 전투수의 디자인과 능력은 이에 맞서는 주역 로봇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는데, 이들을 창조한 다이나믹 프로에 맞먹는 역량을 가진 스태프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한편, 이 시기에 나가이 고가 [그레이트 마징가]의 정통 후속편으로서 제시한 두 번째 [갓 마징가] 기획은 최종적으로 기각당하게 된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스폰서인 포피가 필요로 하고 있던 새로운 로봇 상품의 아이디어가 [갓 마징가]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며, 토에이 역시 [그레이트 마징가]의 평가가 애매한 상황에서 극적인 변화도 없이 [마징가] 시리즈를 그대로 이어가기는 부담스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대신으로 떠오른 것이 이 [우주원반 대전쟁]의 TV 시리즈화 기획이었다.

[우주원반 대전쟁]에는 우주를 배경으로 확대된 스케일과, 당시 붐을 이루고 있던 UFO라는 모티브 등 보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기 쉬운 요소가 갖춰져 있었으며, UFO와 로봇을 합체시킨다는 아이디어 역시 새로운 상품을 모색하던 포피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결국 [갓 마징가]는 그 정통성에도 불구하고 이런 점으로 인해 [우주원반 대전쟁]에 밀려 제작이 좌절되고 말았다.

[우주원반 대전쟁]이 개봉된 3개월 후에 방영이 시작된 [UFO로보 그렌다이저]는 극장판 [우주원반 대전쟁]의 TV 시리즈로서 급히 기획이 진행된 작품이다. 그 과정에서 '그렌다이저'(이후의 [UFO로보 그렌다이저]와는 다른 기획) 용으로 구상된 아이디어 중 일부가 유용되었으며, '그렌다이저'라는 이름과 [우주원반 대전쟁]의 주제가, 시나리오는 [UFO로보 그렌다이저]에 그대로 이어지게 된다.

다이나믹 프로 측은 그동안 준비해온 [갓 마징가]가 백지화된 상태에서 [우주원반 대전쟁] TV 시리즈 제작에 참가했고, 거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그 문제는 그나마 [우주원반 대전쟁]의 갓타이가라는 오리지널이 있었던 주역 로봇인 그렌다이저보다도, 적으로 등장하는 원반수와 베가수의 퀄리티 저하로 드러나게 된다.

이때문에 [UFO로보 그렌다이저]에는 적과의 교류와 비극을 통한 인간드라마의 비중이 많아지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다이나믹 프로보다는 토에이 쪽 스태프의 역할이 더 커지게 되었다. 이것이 [UFO로보 그렌다이저]가 성공을 거두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자. 토에이 내부에서는 이제 다이나믹 프로의 역량을 빌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한층 뚜렷이 자리잡게 된다.

하지만 토에이는 이 [UFO로보 그렌다이저]에 대해 일말의 불안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당초에는 [겟타로보]나 [우주원반 대전쟁]과 마찬가지로 [마징가]와는 관계없는 작품으로 만들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그레이트 마징가]의 방영 시간대에 투입되는 작품인데다가 [마징가]의 인기를 여기에서 끊어버리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이어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당초에는 카부토 코우지가 마징가를 타고 그렌다이저와 함께 싸우는 기획도 제시되었지만, 토에이 측에서는 동등한 비중의 주인공 두 명이 동시에 활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나가이 고 역시 원래 [마징가] 시리즈로 기획되지도 않은 작품에 마징가 Z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그 결과 카부토 코우지는 철저한 조역으로 등장하며 [마징가] 시리즈와의 연결고리를 가까스로 유지하는 역할에 머물게 된다.

여기에 대해 나가이 고는 내한 당시 인터뷰에서도 '스폰서와 제작사의 압력으로 어쩔 수 없이 코우지를 끼워 넣었지만 그런 어중간한 작품에 마징가 Z를 출연시킬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기획을 고쳐서라도 마징가를 등장시켰어야 했다.'라고 강한 후회의 뜻을 비친 바 있다. 또한 '마징가가 없는 카부토 코우지는 진짜 카부토 코우지라고 할 수 없다'라는 코멘트를 하는 등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이로 인해 이 작품은 [마징가] 시리즈의 완결편이면서도 정통에서 벗어났다는 모순을 안게 되었으며, 당시 TV를 시청하던 어린이들은 언젠가 카부토 코우지가 다시 마징가에 탑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극장판에서 그레이트 마징가에 한 번 탑승한 팬서비스 이외에는 끝까지 마징가 Z에 탑승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가져 당시 아동잡지의 독자 투고란에 항의 엽서가 쇄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기획단계에서부터 기존의 다이나믹 프로 작품들과는 궤를 달리했던 [UFO로보 그렌다이저]는 당시 특촬과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최고의 각본가 중 한 사람이라 불렸던 우에하라 쇼조와, 일본식 미소년, 미소녀 캐릭터의 디자인의 선구자 격인 아라키 신고 등 우수한 스태프들의 능력이 충분히 발휘된 결과,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는 당시의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가히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또한, 폭력과 에로티시즘이 작품의 주류에 흐르고 있던 나가이 고의 색채와는 대조적인 소녀만화적 작풍도 이 작품의 커다란 특징이며, 그런 분위기는 중반부터 제2의 여주인공인 마리아가 합류하며 더욱 두드러졌다. 이로 인해 [그렌다이저]는 당시 마징가의 주 시청자였던 어린이들만이 아닌, 보다 넓은 팬 층을 획득하면서 이후의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붐을 선도하게 되었다.

이 [UFO로보 그렌다이저]의 인기는 유럽에서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1970년대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이 아직 생소했던 유럽 시장에 [GOLDORAK]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UFO로보 그렌다이저]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에서는 시청률 100%라는 통계(현재의 시청률 산출 방식과는 다르다)가 나왔을 정도이며, 관련 상품도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다.

유럽인들이 본 [GOLDORAK]은 침략 외계인과의 전쟁이라고 하는 익숙한 SF적 세계관 속에서 펼쳐지는, 나라를 잃은 왕자의 복수와 사랑을 그린 전통적인 스토리 라인이 당시의 아동용 애니메이션과는 차원이 다른 수려한 그림체와 세련된 메카닉을 통해 그려진 작품이었다. 그런 만큼 유럽에서의 파급효과는 제작자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유럽의 SF 애호가들이 일본 SF에 주목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완구적인 측면에서는 후퇴가 뚜렷했다. [UFO로보 그렌다이저]가 방영되던 1975년에는 이미 4월부터 방영이 시작되어 큰 인기를 얻고 있었던 [용자 라이딘]의 상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당시의 라이딘 완구는 '초합금' 브랜드를 창시한 포피의 핵심 개발자인 무라카미 카츠시가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해서 만든 상품이었고, 그 매상은 [마징가 Z] 이상이었다고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렌다이저는 왕년의 마징가와 달리 더 이상 마케팅의 중심이 아니게 되었고, 이미 포피는 [용자 라이딘]처럼 완구 제작사가 직접 주역 로봇 디자인을 주도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마징가 Z]로 시작해 거대로봇 애니메이션의 본격적인 역사를 열었던 나가이 고와 다이나믹 프로는 일단 역사의 뒤편으로 퇴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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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영웅의 탄생 - 원치 않았던 교대 -

1970년대 초반에 거둔 [마징가 Z]의 상업적 성공은 엄청났다. 스폰서인 완구 회사 포피의 초기 주력 상품은 마징가 Z의 '거대함'을 강조하는 대형 소프트비닐 인형인 '점보 머신더'였는데, 그 뒤를 이어 등장한 히트 상품이 바로 마징가 Z의 '무거움'을 강조한 '초합금' 완구였다. 2010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전설적 브랜드인 '초합금'을 개발한 포피의 무라카미 카츠시는 이후 일본 거대로봇 역사의 한 축으로서 수많은 공적과 함께 오점도 남기게 된다.

당초 [마징가 Z]의 원작자인 나가이 고는 마징가 Z의 진정한 적이 될 미케네 제국의 선발대를 이미 등장시켜 놓은 상태였고, 이후에도 마징가 Z가 계속 활약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포피는 서서히 판매량이 떨어져가고 있는 마징가 Z 대신, 새로운 주역 로봇을 내세워 새로운 완구를 팔 수 있기를 원했다. 또한 그들은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모험을 하는 것보다는, [마징가 Z]의 인기를 이어받을 수 있는 작품을 원했다.

동일한 세계관에서 과거의 히어로가 퇴장하고 새로운 히어로가 나타나는 연출을 처음 시도한 작품은 [울트라맨] 시리즈였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전 울트라맨의 이야기가 어떻게든 종결된 뒤, 새로운 시리즈에서 새로운 울트라맨이 나타나는 방식이었다. 설사 울트라맨이 적의 괴수에게 당해 죽어버리더라도, 과거의 울트라맨이 나타나 도와줄지언정 다음 작품에 나와야 할 울트라맨이 미리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는 없었다.

이것과는 약간 다른 패턴이 [가면라이더] 시리즈인데, 여기서는 원래 가면라이더(=혼고 타케시)를 연기하던 배우 후지오카 히로시가 초반을 채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부상으로 출연할 수 없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사사키 타케시가 가면라이더 2호(=이치몬지 하야토)라는 설정으로 같은 프로그램 내에서 새로운 주인공이 되는 등장하는 방식을 취했다. 또한 주인공 교대와 함께 가면라이더의 이미지나 연출도 보다 시청자들의 취향에 맞도록 변경되었다.

처음에는 우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주역 교대는 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부상에서 회복된 후지오카 히로시가 다시 주인공으로 복귀한 이후에는 가끔씩 다시 등장하는 사사키 타케시와 함께 싸우는 '더블 라이더'라는 체제가, 주인공 2인분의 효과를 거두며 대성공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 성공은 같은 토에이 계열(특촬은 토에이 본사, 애니메이션은 토에이 동화)에서 제작된 [마징가 Z]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나가이 고는 스폰서와 방송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새로운 히어로를 창조해낸다. 그것이 바로 마징가 Z보다 더 크고, 더 강력한 새로운 마징가가 등장하는 [그레이트 마징가]였다. 이 [그레이트 마징가]의 제작 준비가 한참 진행될 무렵, 일본의 어린이들 사이에는 마징가 Z가 마지막에 쓰러지고 코우지도 죽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소문의 진원지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징가 Z를 대신할 새로운 주인공의 준비는 이미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판 [철완 아톰]에서는 마지막에 아톰이 지구를 위해 산화한다는 것으로 끝나고, [에이트맨]에서도 주인공 에이트맨은 마지막에 폭발에 휘말려 사라진다. [울트라맨]에서도 결국 울트라맨은 강적 젯튼에게 패배해 쓰러지고 남은 과학특수대가 적을 물리친다. 또한 [자이언트 로보]에서도 마지막에는 자이언트 로보가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우주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이렇게 많은 예가 있는 만큼 마징가 Z 역시 같은 운명을 맞이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 상황에서, 새로운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마징가 Z가 한번 쓰러지지만 완전히 개조되어 새로운 모습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어린이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박혀있는 마징가 Z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는 것은 당시의 어린이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주역 로봇의 '교체'가 아닌 '외형이 변화하는 완전 개조'는 이후 [대공마룡 가이킹]에 가서야 실현된다). 이때문에 당시의 방송국에는 마징가 Z의 개조에 반대하는 엽서가 빗발쳤다.

결국 신형 마징가는 마징가 Z의 개조가 아닌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적의 공격으로 마징가 Z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자, 역시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마징가가 엄청난 힘으로 그 적들을 완전히 물리쳐버린 것이다. 또한 새로운 마징가에는 완전히 새로운 주인공까지 탑승하고 있다. 기존의 주인공이 철저히 패배한 뒤, 새로운 주인공이 나타나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이런 방식은 확실히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레이트 마징가]는 작품으로서 결코 완성도가 높다고 볼 수는 없었다. 기획 당시에는 참신한 주인공을 만들어내기 위한 많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결국은 [마징가 Z]와 유사한 남성 로봇, 여성 로봇, 코믹 로봇 팀의 구도를 그대로 이어갔고, 당시 일본에서 인기가 있던 금욕적이고 남성적이면서도 어둠을 품은 인물로 설정된 츠루기 테츠야는 몇 번의 설정 변경을 거치는 등 의외로 제작진이 다루기 힘든 주인공이었다고 한다.

또한 주역 로봇인 그레이트 마징가 역시 처음부터 지나치게 강력한 존재로 등장한 덕분에 [마징가 Z]에서는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던 '성장'의 요소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으며, 적의 규모를 거대하게 보이기 위해 도입된 '7대 장군의 일곱 군단'이라는 설정도 충분히 활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급기야 후반에는 강적으로 등장할 줄 알았던 7대 장군들이 한꺼번에 허무한 최후를 맞는 등 당초의 기획 의도를 살리지 못한 결과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구 매출에 있어서는 전작 [마징가 Z]를 능가하는 대성공을 거두는데, 이는 이미 [마징가 Z]를 통해 확립된 상품군과 마케팅 노하우를 작품 방영 개시와 동시에 집중적으로 투입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 실체는 어디까지나 [마징가 Z]의 상품군을 디자인만 바꿔 새로 내놓은 것에 불과했고, 이런 안이한 성공이 오래 가지 못하리라는 것은 무라카미 카츠시를 비롯한 포피의 개발자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작자인 나가이 고가 받은 스트레스도 적지 않았다. 나가이 고는 당초 [그레이트 마징가]의 기획을 [갓 마징가]라는 타이틀로 진행시키고 있었는데, 토에이에서 [가면라이더 X]의 적 조직 이름이 'GOD'이기 때문에 '갓'을 쓸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때 받은 충격이 컸던 것인지 이후에도 나가이 고는 '갓 마징가'라는 이름에 상당한 애착을 보이지만 결국 그 이름은 정통 마징가와는 거리가 있는 작품에 주어지게 된다.

또한 마징가 Z가 악의 군단에게 철저히 패배하고, 그레이트 마징가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 역시 나가이 고는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나가이 고가 어느 이벤트에서 “어째서 마징가 Z를 그렇게 처참하게 부쉈어야 했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자, “그건 토에이가 결정한 일이라서...” 라고 말끝을 흐렸다고 한다. 실제로 나가이 고는 이후 몇 번이나 [마징가 Z]의 리메이크를 만들었지만, [그레이트 마징가]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그다지 배려를 하지 않았다.

실제로 나가이 고는 [그레이트 마징가]의 속편으로 기획했던 제2차 [갓 마징가] 기획에서 그레이트 마징가와 비너스 A가 철저히 패배한 뒤 츠루기 테츠야는 불구자가 되고 여주인공인 호노오 쥰은 죽는다는 전개를 준비했었다. 반면 마징가 Z는 최강의 마징가인 갓 마징가로 다시 만들어져서 카부토 코우지가 탑승해 대활약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실제로 이뤄지지는 못했지만, 이를 통해 당시 나가이 고의 심정을 살피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나가이 고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포피와 토에이는 이미 단순히 [마징가 Z]를 답습한 작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고, 나가이 고가 가지고 있던 재능과 가능성은 포피와 토에이가 원하던 것과는 명백히 방향성이 달랐다. 이에 토에이는 [그레이트 마징가]를 예정보다 일찍 종영시킨 뒤 나가이 고가 원했던 [갓 마징가]의 아이디어를 대신하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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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로봇의 본질 - 거대 히어로를 대체하는 존재 -

마징가 Z는 '로봇'이라는 개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아톰처럼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철인 28호처럼 외부에서 조종되는 것도 아닌, 사람이 탑승해 조종하는 마징가 Z는 전차나 전투기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탑승하고 싸우는 '탈것'으로 분류될 수 있다. 다른 점이라면 마징가 Z는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점이 마징가 Z와 다른 탈것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특징이 된다.

사실 사람이 타고 조종하는 거대로봇은 이미 [철인 28호] 시절부터 적의 로봇으로 등장한 바 있고, 특촬 작품 [울트라 세븐]에는 '슈퍼로봇'이라는 호칭을 가장 처음 사용한 킹죠(방영 당시 명칭은 '페단 성인의 슈퍼로봇')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페단 성인이 조종하는 4대의 우주선이 합체한 형태로서 물론 페단 성인이 내부에 탑승하고 있다. 더구나 이 킹죠는 훗날의 '겟타로보'처럼 분리와 합체를 전술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그 밖에 테즈카 오사무의 만화 [마신 가론]에서도 비록 조종사는 아니지만 가론의 파트너인 소년이 가슴에 들어가는 로봇이 등장한다(가론 자체는 이후 테즈카의 다른 작품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심지어는 [마징가 Z]보다 앞서 방영된 [아스트로 강가]에도 소년과 합체해야 완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아스트로 강가가 주역 로봇으로 등장한다. 어떻게 봐도, [마징가 Z]가 '최초로 사람이 탑승해 움직이는 로봇'이라는 타이틀은 과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과 마징가 Z에게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조종사의 인격이 로봇에 투영되는지의 여부다. 우선 [철인 28호]와 싸운 적의 탑승형 로봇은 사람 형태조차 아니었기 때문에 인격이 부여될 여지가 처음부터 없었다. 킹죠의 경우는, 탑승자인 페단 성인이 '미지의 적'으로서 철저히 객체화되어 '인격'이 투영될 여지가 없었기에(이후 [울트라 갤럭시 대괴수 배틀]에 등장한 킹죠에는 탑승자의 인격이 드러난다) 해당되지 않는다.

마신 가론과 아스트로 강가의 경우에도 주역 로봇의 내부에 들어가는 소년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로봇의 조종사가 아니라 조력자일 뿐이며, 소년의 인격과 로봇 자신의 인격은 분명히 구별된다. 이는 훗날 [마신영웅전 와타루]나 [마동왕 그랑조트], [마법기사 레이어스] 등 기계 로봇이 아닌 신비적인 존재와 그 속에 들어가는 인간 주인공의 관계를 나타내는 연출에 응용되는데, 이는 [푸른 유성 레이즈너] 등에서 등장하는, 인공 지능이 보조적으로 탑재된 탑승형 로봇과는 구분되는 것이다.

마징가 Z의 경우, 조종사인 카부토 코우지와 마징가 Z 사이의 관계는 단순한 '탈것'과 '탑승자'의 관계가 아닌 영혼과 육체의 관계로 묘사된다. 코우지가 없는 마징가 Z는 그냥 기계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마징가 Z]의 삽입곡 가사 그대로 '인간의 두뇌가 더해졌을 때' 마징가 Z는 코우지의 거대한 육체가 되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마징가 Z가 공격을 받으면 코우지도 고통을 느끼고, 코우지가 기쁨을 느끼면 마징가 Z도 기쁨의 몸짓을 보여준다.

이를 [울트라맨]의 도식에 대입하면, 과학특수대 대원 하야타가 울트라맨으로 변신하는 것과 카부토 코우지가 마징가 Z에 탑승하는 것은 평범한 인간이 '거대한 존재'가 되는 의식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그 수단이 초능력이냐, 과학의 힘이냐는 차이일 뿐이다. 하지만 울트라맨의 변신보다 마징가 Z의 탑승이 더 설득력있게 느껴지는 것은 '초능력'과 '과학'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설득력의 차이때문이다.

마징가 Z에는 당시의 변신 히어로들과 구별되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었다. 기존의 변신 히어로들은 일단 변신을 마치면 인간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싸우는 것에 반해서, 카부토 코우지는 마징가 Z를 타고 싸우는 상태에서도 조종석 안에서 때로는 분노에 불타고, 때로는 공포에 떨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는 인간다운 표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히어로의 가면 속에 인간의 표정을 숨기고 있던 이전의 변신 히어로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마징가 Z]의 또 하나의 매력은 적과 아군이 서로의 과학력을 겨루는 부분이다. 마징가 Z가 날지 못하던 시기에는 하늘을 나는 기계수를 가진 닥터 헬을 카부토 코우지의 근성과 광자력 연구소의 임시 방편용 장비들로 쫓아가는 느낌이었지만, 제트 스크랜더가 개발된 뒤로는 오히려 닥터 헬이 수세에 몰리기 시작한다. 이어 미케네 제국의 고곤 대공이 더욱 강력한 요기계수를 투입하면서부터는 마징가 Z가 다시 신무기를 개발해 이에 맞서는 형세가 된다.

이렇듯 [마징가 Z]라는 작품은 기존의 거대 히어로 작품의 분위기나 연출을 많이 빌려왔으면서도, 탑승자와 로봇이 일체화된다는 설정과, 초능력이나 괴력의 일회성 격돌이었던 거대 히어로 작품의 대결 구도에 엎치락뒤치락하는 과학력의 대결이라는 요소를 도입하는 등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매력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런 요소들은 당시의 시대상과 시청자들의 관심사와 맞물림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끌어내며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완구 산업의 흐름을 바꿔놓게 된다.
Posted by 백금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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